[헬스코리아뉴스 / 유지인] 분기별 합계출산율이 0.6명대까지 떨어진 대한민국은 분명 심각한 인구 위기를 겪는 나라다. 저출산은 필수의료의 한 축인 분만 병·의원과 산부인과 의사들마저 사라지게 하고 있다.
2000년대 초까지만해도 1000여 곳에 달하던 전국의 분만병원은 현재 470곳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전국의 산부인과 전문의 수는 90여 명에 불과하다. 인구감소에 따른 국가소멸 위기 속에 아기를 낳고 싶어도 받아줄 병원과 의사가 없는 것이다.
최근 강원도에서는 응급상황에 처한 임신여성이 분만병원을 찾아 헤매다 과다출혈로 결국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까지 벌어졌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정부발 의료대란까지 겹치면서 대한민국 의료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대혼돈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30년 이상 대학병원에서 근무해온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김영주 교수는 "군대처럼 의대에 들어올 때부터 필수의료과를 정하고 입학하면 해당 과목의 의사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정부가 주장하는 의대 정원 2000명으로는 결코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얘기는 다 필요 없다. 필수의료 의사로서 대통령을 직접 만나 무릎을 꿇고서라도 사정을 하고 싶다. 제발 저희 이야기 좀 들어달라 말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의료현장을 잘 모로는 대통령의 일방적 정책 강행에 대한 답답한 심경를 피력한 것이다.
헬스코리아뉴스는 한국 산부인과의 산 증인인 김영주 교수를 만나 의대 증원이 산부인과 등 우리나라 필수의료에 미칠 파장과 해법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4월 25일 이대목동병원 교수동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1.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의료대란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한마디로 케이오스(혼란)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제가 보기에 현재 의료 사태는 없어도 되는 상황인데, (어떻게 보면) 의사들이 그동안 인력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정부와 협의체를 만들어서 미리 했어야 되는 일들을 하지 못한 점도 있어요. 의사도 잘못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이제 정부도 (의료계와) 협상을 안 한 상태에서 너무 급하게 2000명이라는 숫자를 그냥 막 밀어붙이다 보니까, 결국 이런 대란이 일어난 거라고 보이거든요.
양측이 다 잘못이 있는데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아직도 미궁에 빠져 있어요. 의료 현장에 있는 교수님들과 전공의들과 학생들은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환자들까지 힘들어하고 있고 지금 이런 상황을 저는 케이오스(혼돈)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산부인과는 붕괴 직전"
"부산에서 가장 좋은 병원도 분만의사 제로"
"분만병원 없어서 산모와 아기 둘 다 죽는 경우도 있어"
"의료대란으로 상황 더 심각 ... 모든 과가 마찬가지"
2. 산부인과는 소아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등과 함께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필수의료과 인데요. 현재 우리나라 산부인과는 어떤 상황에 놓여있지 궁금합니다.
"저는 30년 동안 산과 의사로서 필수 의료를 담당했는데 제가 처음에 94년도에 이대 목동병원에서 전문의로 근무할 당시는 하루에 10명에서 15명의 신생아가 태어났어요. 근데 지금은 잘해야 1명에서 2명이 태어날까 말까 하고요.
그 다음에 산부인과 교수 의료 인력은 그때 전문의가 전국에서 300명이었는데 현재는 100명 이하이고 남자 전문의는 5명도 안됩니다. 심지어는 부산에서 가장 좋은 병원인 모 병원에서도 산과 선생님이 지금 다 나가신 상태예요.
우리 과도 굉장히 열악하고, 소아과는 더 열악하죠. 지방의 임산부들은 이미 지역 분만병원이 없어져서 조산아를 낳으려고 하는 임산부들이 병원을 못 찾아서 산모랑 아기가 둘 다 죽는 경우들도 나타나고 있고요.
아기 분만하고 나서 출혈이 많이 되는데 그걸 케어 못해서 임산부가 사망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런데) 의료 대란으로 인해 더욱 심각한 상황입니다. 전공의들이 일단 없고 우리 병원 같은 경우도 의료 대란 이전보다 50% 정도밖에 일을 못하고 있어요.
그리고 지금 서울아산병원하고 서울대병원도 이제 일주일에 한 번씩 진료를 안 하겠다고 했거든요. 그럼 더 많이 심각해지겠죠. 산부인과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과가 다 마찬가지일 겁니다. 암 환자는 이제 수술을 늦게 받게 되고 또 중증환자들도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겠죠."
3. 의정갈등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없어 보이는데요. 현재의 의료대란이 계속되면 앞으로 어떤 상황이 될 거라고 보시는지요?
"(휴학한) 학생들이 (올해) 들어오지 못하면 내년에는 (수업을 해야하는) 학생들이 2배가 되는 거고, 저희 대학도 지금 76명의 학생이 있는데 (내년 입학하는 학생을 포함해) 함께 백몇십 명이 되면 앉을 공간조차 없어지는 거죠. (이렇게 되면) 수업도 엉망이 되는 거고 그 학생들이 이제 임상을 돌 수 있는 상황이 아니죠.
또 하나는 (의대생들의 1년 휴학으로 내년도) 인턴이 없어지니까 안그래도 어려운 상황이 더 나빠질 거에요. 필수 인력에 해당하는 선생님들은 이미 하나둘씩 더 이상 의사 못하겠다고 나가는 사람들도 있죠.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면서 발생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의료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의사들을 많이 뽑는다고 하면 우리나라 공대, 약대생들이 하반기가 되면 다 의과대학 가겠다고 나갈 거예요. 그러면 필수 인력에 해당하는 약대, 간호대, 자연대 이런 분야 예비 종사자들이 다 의대를 지망하겠죠. 필수 의료뿐만 아니라 필수 인력인 사람들이 다 이쪽으로 가면서 국가적 손실이 발생하죠."
"필수의료 선생님들 더 이상 못하겠다고 나가는 상황"
"증원된 의사인력, 필수의료 아닌 돈버는 과로 몰릴 것"
"의대 입학때부터 필수의료 인력 정하고 정부가 지원해야"
4. 교수님 말씀은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이 필수의료를 살리데 도움이 안된다는 말씀이신 것 같은데, 의대증원이 정말 효과가 없을까요?
"효과 없을 겁니다. (의대증원에 앞서) 필수 의료 인력을 먼저 지원해줘야 돼요. 예를 들면 산부인과에서 분만실을 보는 의사 선생님, 간호사, 소아과 선생님 등 이렇게 패키지로 그들의 인력을 확보하면서 수가를 더 줘야 합니다. 근데 지금은 수가를 좀 올려 주긴 했지만 이게 피부에 와닿지 않고 인센티브도 없거든요.
지금 오늘도 아침에 회의를 했는데 부인과 선생님들은 산과 환자를 안 보겠다는 거예요. 산과 의사가 지금 몇 명 없는데 그들이 매일같이 당직을 할 수는 없잖아요? 지금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고 의대 증원 2천 명을 하면 필수 인력이 조금은 증가하겠죠.
그렇지만 필수 의료가 증가된다고 하기 보다는 (증원된 의사인력은 대부분) 피부과, 성형외과 등 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갈 겁니다.
(그래서) 그건(의대 증원은) 의미가 없다는 거고요. 필수의료를 위해서 시스템을 만들어야죠. 나라에서 필수 인력이 중요하다고 하면 필수 인력에 해당하는 흉부외과의사라든지 아니면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중환자의학과 등 이런 데는 수가를 더 주고 그들은 들어올 때부터 약속을 해야죠. 외국은 그렇게 한다고 그러더라고요.
(의대를) 들어올 때부터 필수의료 과에 배정할 인원을 정하고 입학하면 필수의료과를 지원하게끔 하면 어느 정도 확보가 되잖아요. 군대처럼 필수 인력 지원과를 정해서, 중요한 과를 정해서 그 과에 해당하는 사람은 그걸 전공할 수밖에 없게 하고 그 사람들은 나라에서 장학금을 주거나, 등록금도 반만 내게 하는 거죠.
그렇게 해서 필수의료 과는 인원 확보가 되게 하고 나머지 인원은 필수의료 과 이외의 과를 선택하게 하면 되는 겁니다. 그게 꼭 2000명으로 한다고 해서 필수의료 인력이 늘지 않아요.
우리나라는 지금 필수의료 인력이 없는 게 더 문제잖아요. 의과대학 졸업하고 난 사람들이 인턴, 레지던트 안 하고 그냥 피부과, 성형외과를 해요. 그러면 돈은 벌거든요. 그게 여기서(대학병원) 고생하는 것보다 돈을 더 많이 벌어요.
문제는 그거 거든요. 그럼 그렇게 못하게 하든지 아니면 몇 년 트레이닝을 받은 후에 개원을 하게 하든지 이런 식으로 만들면 되죠.
2000명만 얘기하니까 사람들이 막 의사들이 2000명밖에 안나온다고 생각하지만, 2000명 곱하기 6년을 하면 1만 2000명 이예요. 게다가 현재도 의사가 3000명이 나와요. 근데 5000명이 나오면 6년 동안 3만 명의 의사들이 증가하는 거잖아요.
현재 (우리나라 의과대학) 인프라가 그걸 모두 수용할 수 없어요. 교수도 뽑아야 되고 건물도 지어야 되고 지방에 교수를 많이 뽑는다고 그러는데 지방에 가실 의사도 없고요. 산부인과 의사들도 지방의 경우 부산이 그나마 큰 병원인데 부산백병원, 부산대병원에 지금 이 사태로 다 나가서 산과 의사가 한 명도 없습니다."
"한국의료 지금 붕괴하기 시작"
"대통령이 고집부릴 때 아냐"
5. 교수님 말씀을 들어보니, 상황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한국의료 앞으로 어떻게 될 거라고 보시나요?
"한국 의료는 지금 붕괴하기 시작했고요. 이 사태 전에 우리가 100%를 하고 있었다면 한국의료는 70% 이하로 떨어질 거고요.
의료의 질이 떨어질 텐데 향후 길게는 5~6년도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거는 더 많이 떨어질 겁니다."
6. 추가로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실까요?
"다른 얘기는 다 필요 없고요. 대통령을 제가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어요. 지금 대통령이 고집을 부리시는 것 같거든요. 진짜 진심으로 그분 앞에 무릎을 꿇고 내가 필수 의료 의사로서 사정을 하고 싶어요.
좀 제발 좀 저희들의 얘기를 들어달라 말하고 싶습니다."